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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물고기 비가 내리는 마을나의 이야기 2024. 3. 28. 16:01
물고기 비가 내리는 마을 강우근 물고기 비가 내리는 마을이 있습니다 그 마을 사람들도 왜 물고기 비가 내리는지 모릅니다 예기치 않게 비가 내려서 물고기를 잡으러 다니는 사람이 있고, 물고기를 촬영하여 미디어에 알리는 사람이 있고, 물고기를 조용히 냇가에 풀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다른 의미로 물들어가는 물고기의 축제는 슬프고 괴롭고 아름답기도 합니다 빗물 속에서 죽어가거나 촬영되거나 헤엄치는 물고기의 투명한 비늘에는 사람들의 눈동자가 일렁입니다 물고기 비가 내리지 않을 때에도 투두둑, 투두둑 비 떨어지는 소리에 사람들은 바깥을 나가봅니다 심해처럼 어두운 밤하늘에서 저마다 다르게 비치는 물고기의 몸짓을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동공처럼 밤하늘을 유영하는 물고기는 소멸하는 별처럼 터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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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아버지의 마음나의 이야기 2024. 3. 27. 16:01
아버지의 마음 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 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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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원의 작품나의 이야기 2024. 3. 26. 16:01
최치원의 작품 신라 말엽, 어지러운 속세를 버리고 가야산에 묻혀 살았던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을 떠올려 본다. 그는 이 가야산의 일곱 골짜기 중에서도 물소리가. 가장 요란스럽고 아름답다는 홍류동紅流洞 돌벼랑에 한시 漢詩한 수를 친필로 새겨 오늘에 이르게 하였다. 한시 한 수 풀이 글을 올린다. * 광분첩석후중만狂奔疊石吼重巒 인어난분지척간人語難分咫尺間 상공시비성도이常恐是非聲到耳 고교유수진농산故敎流水盡籠山 첩첩한 바위사이 미친 듯 흐르는 물이 겹겹이 산을 울려 바로 지척의 말소리조차 분별하기 어렵구나 속세의 끓임없는 시비 소리가 들릴까 두려워 흐르는 물소리로 온산을 다 덥는구나 ***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 흐름은 여전히 이어져서 시적인 풍치를 자아 내어주고 있다.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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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커튼 너머나의 이야기 2024. 3. 25. 16:01
커튼 너머 김시림 한밤중 시어머니의 얼굴을 아프게 바라보는 병실 옆 침상, 속삭이는 소리가 숨소리까지 데리고 커튼을 넘어왔다 남자가 손수레를 끌 듯 이끌어 나가면 그 뒤를 밀 듯 간간이 뒤따르는 여자의 목소리 이제 막 발아한 사랑처럼 다정하고 조심스럽고 애틋한… 간이침대에서 선잠 자고 난 아침, 반년째 누워있는 아내를 지극정성 간호하는 남자를 보았다 직장까지 그만두고 바깥을 통째로 말아 병실에 구겨 넣은 채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이별의 경계선에서 겨우 돌아왔다는 60대 초반의 부부 소변주머니 비우는 일도 기쁨이라는 남편은 아내의 궤도를 따라 도는 하나의 위성이었다 *********** 김시림 시인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91년 《한국문학예술》, 2019년 《불교문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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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아리랑을 알아본다.나의 이야기 2024. 3. 24. 16:01
정선 아리랑을 알아본다 김길순 작성 정선아리랑의 역사 정선아리랑은 강원도 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된 강원도 정선 지역에서 전래하는 향토민요 「아라리」의 고유 명사이다. 정선군은 1968년에 『정선아리랑가사집』을 냈고, 1970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정선아리랑이 민요(民謠)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1971년 정선에서 전래한 아라리가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되고, 이와 관련한 3명의 기능 보유자(技能保有者)도 지정되었다. 이와 함께 ‘정선아리랑’이라는 명칭이 공식화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정선아리랑의 내용 아라리는 강원도를 비롯한 우리나라 동부 지역 산간 지대에서 불린다. 노래판에서 혼자 또는 여럿이 어울려 부르기도 하고, 밭을 매거나, 나무하고, 나물을 뜯으며 노래하기도 하였다. 남녀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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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봄은 간다나의 이야기 2024. 3. 23. 16:01
봄은 간다 / 김억 봄이도다 봄이도다. 봄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 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 * 1910년 태서문예신보 1918,11 발표된 시 * 한국 현대문학은 1910년 대는 개화기의 자양분을 토대로 현대적인 시가가 탄생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학우, 창조, 등의 잡지가 생겨나 현대적 자유시의 탄생에 직접적인 토대를 제공해 주는 시기였다. 1910년 태서문예신보 1918,11 발표된 일제의 강점기에 발표된 이 시는 현대적 자유시의 형식에 아주 근접하게 다가온 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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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리 나지 않는 글나의 이야기 2024. 3. 22. 16:01
소리 나지 않는 글 추프랑카 아름다운 국어책을 무척 사랑했지만 2학년이 되도록 글을 읽지 못했다 교실 뒤에서 무릎 꿇고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창문을 닦고 변소 청소를 했다 소리 나지 않는 나의 글 언니들은 큰소리로 나, 너, 우리…… 교과서를 읽고 또 읽었다 어머니, 아버지…… 날마다 아버지를 먹었다 허수는 먹고 먹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허수를 먹고 허수 속에 웅크린 낱말, 아버지 선생님은 내게 읽기를 가르치고 또 가르쳤다 모든 낱말들이 아버지란 발음에 잡 아먹히는 줄 까맣게 몰랐던 나의 선생님 엄마는 무논 벼 베기를 미루고 숯다리미에 숯불을 담아 한복을 다려 입고 떡 한 시루를 쪄 교무실로 이고 왔다 태어나자마자 아버지를 잃은 나는 착하신 선생님과 착하신 엄마를 하루 종일 입 안에 넣고 굴렸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