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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나의 이야기 2026. 9. 4. 00:00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盧天命)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나는 이름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 놓고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오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삽살개는 달을 짓고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오. **************************************************** 여류시인. 아명 기선(基善). 황해도 장연(長淵) 생. 계일(啓一)의 2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1920년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서울로 이주, 진명여고보, 이화여전(梨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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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장 안 도자기를 보며나의 이야기 2026. 8. 31. 00:00
장식장 안 도자기를 보며 김길순 아침 닦아 놓은 도자기에 햇살이 먼저 달려든다흐릿 했던 도자기에 글과 그림이 환하게 살아 난다 장식장 안 도자기 호롱에는 최치원 시 燈前萬里心 (등전만리심) 한 소절이 쓰여있다등불 앞 내 마음은 만리 밖을 내닫네추야우중 시를 새기게 된다. 목단꽃 그림이 있는 도자기 항아리를 보면 부귀 영화 왕자의 품격 행복한 결혼 꽃말을 기억하게 되고우아한 꽃의 품격이 느껴지는 목단꽃송이는 더욱 반짝하게 닦게된다. 대나무가 그려진 항아리를 보면선비정신과 절개 정절이라는 꽃말과먹물로 수묵화 대나무 잎사귀를 많이 그리던 시절도 떠오르고 몸과 마음을 더욱 정숙하게 라고 일깨워 주시던 어머니도자기 빈 항아리 부딪히며 공명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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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이 지고 있네나의 이야기 2026. 8. 29. 00:00
동백이 지고 있네 송찬호기어이 기어이 동백이 지고 있네싸리비를 들고연신 마당에 나서지만떨어져 누운 붉은빛이 이미수백 근 넘어 보이네벗이여, 이 볕 좋은 날약술도 마다하고저리 붉은 입술도 치워버리고어디서 글을 읽고 있는가이른 아침부터한 동이씩 꽃을 퍼다 버리는이 빗자루 경전 좀 읽어보게 ********************************** 송찬호충북 보은 출생.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 『붉은 눈, 동백』『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분홍 나막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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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별을 생각할 때나의 이야기 2026. 8. 28. 00:00
결별을 생각할 때 이광두 십 년 공 아미타불이 말이 고무줄처럼 당겨진 오후 체중 앓는 구름 너머로 핏기 없는 햇살이 부서진다 귓가를 때리는 바람이 툭, 가을을 떨어드린다 나는갈길 바쁜 햇살이 바람틈으로 밀어 놓은 낙엽에서나무를 생각한다 족쇄에 묵인 미련이 바람맞은 문처럼 삐거덕거린다 옷깃은 식어가는 온기에 매달린 관념 두 손 뜨겁게 맞잡던그 시절에 머문 너를 놓지 못한 나 밀어 놓은 낙엽이나무에 생각을 쌓는 것은 동행일까 결별일까 ************************************************ 월간문학 2026년 9월호에 올려진 시 이광두 경남 의령 출생이다. 2004년 계간 《문예한국》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동인 시집 『차』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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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다로 간다나의 이야기 2026. 8. 27. 00:00
그 바다로 간다 문효치 저 바다물은외로운 섬의 정액 울부짖으며내 몸속으로 들어온다 살을 찌으며그를 들여놓아야 한다 벌어지는 살처럼앓고 또 앓으며그를 읽어야 한다 저 울음 소리가 발음하는 심연의 억눌린 비밀을해독해야 한다*********************************************2026년 9월호 월간문학에 발표된 글* 출생1943년 7월 15일,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학력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데뷔 196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경력2015.~ 제26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수상2021. 제9회 이설주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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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국나의 이야기 2026. 8. 26. 00:00
진국 / 강남옥진국,이라는 말은 단 두 자오랫동안 푹 고아 걸쭉하게 된국물 진(津)국이 있고참되어 거짓이 없는사람 진(眞)국도 있다 이 두 진, 자를 같은 발음의 주물 틀 안에 집어넣어한 가닥 곧고 매끈한 떡가래 뽑듯 뽑아내면진이 다 빠지도록 치열하게 자신을 끓여내지 않고서는 감히 진실에 다가설 수 없다, 는자막 정도 띄워줘도 무리 없으리라 얼얼한 숙취에 불어 넣은 뜨거운 콩나물국 시원하다거나왕소금에 절인 못난이 메주의 피눈물 달다고 하기까지아프지만 감미로운 이별, 고통스럽지만 감사하다는 고백이 건너온저 긴 길과 깊은 강과 높은 산자락의 끝은열반 후 남겨진 사리 같은 상흔일까 진국, 이라는 한국말 단 두 자 영어로 의역하면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자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 쯤띄어 쓴 행간까지 합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