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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아저씨
김길순
춘하추동, 사계절 중 여름철 6월,
요즘이 좀 한가해 보이는 경비 아저씨
가을이면 떨어진 낙엽 쓸어 모으는데 쉴 틈 없어 보였고
겨울이면 쌓인 눈 보행길 만드느라 정신없어 보였고
년 말 년 시엔 택배물건 받느라 정신없어 보였고
초봄엔 나뭇가지 친 뒤처리에 바빠 보였고
어째 요즘은 경비 아저씨가 아파트 뜰에서
한참을 내려다보기에 저도 그곳을 바라보았다.
수풀 속에 몇 그루 심어둔 토마토 가지마다
주먹만한 토마토가 실하게 달려있었다.
경비아저씨가 모종을 하시고 잡초도 뽑아주신 결과
아저씨도 즐겁고 지나는 주민 모두 즐거웠다.
어머! 실하게 열렸네.
먹은 것 이상으로 마음이 풋풋해진다.
경비아저씨 밤이면 새우잠 조금 부치고
날 새는 피로를 한순간이라도 풀어주기라도 하는 듯
토마토는 보란 듯 날이 갈수록 탄탄하게 볼이 차오른다.
전중호 사진작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