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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와 베레모
김길순
그 교수님은 정년 퇴임 후
문학 강의를 하러 오실 때면 으레
베레모를 쓰고 청바지를 입으셨다.
낭만과 청춘의 상징이었던 청바지와
베레모가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어울리지 않는 데서 멋이 있어보이기도 하였다.
허구한 날 정장 차림보다는 넥타이 없는
평상복이 거리를 좁혀 주기도 하였다.
강의를 듣는 동안 수강생들은 모자를 썼을 때와
모자를 벗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을 것이다.
세월이 흐른 후 우연히 교수님의 수필집을
읽노라니 청바지에 베레모 쓰신 모습,
낭만주의자의 미소가 새록새록 살아나는 까닭이
어디에 있을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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