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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 축제
손진은
풀밭,
뛰어가던 토끼의 두 귀가 잡힙니다
파닥이는 제비의 날개도머릿수건 아낙들 호미, 굽어진 손가락에 의해
얼떨결에
흰 깃의 제비를 날리면 안되나
하늘의 구름 두어 송이 비치는 눈 가진
토끼를 뛰어놀게 하면 안되나크낙한 바다가 잠들게 하면
질문들이 떨어진 잔디밭 곳곳
날지 못하는 제비와
뛰지 못하는 토끼의 신음이
포대 속에서 점차 희미해져 간다허나 토끼 너머엔 토끼가 가득하고
제비 너머엔 제비가 깃을 치는 하늘이제 곧 군악대 팡파르가 울리고
엄마 손잡은 아이 마음은 공원 분수대처럼 뿜어 오르고
시장市長과 일렬로 선 이들 흐뭇한 미소로 테이프를 끊을 테지만축제는 깡총하게 다듬어진 잔디 날개 한가운데
노랑 분홍 등불로만 마땅한가요불쑥불쑥
부신 빛 아래 돋아나는
흰, 보랏빛 노래들*******************************************************************
계간 『사이펀』 2024년 여름호
사진 <네이버 포토갤러리>손진은 시인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199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
시집 『저 눈들을 밤의 창이라 부른다』외 3권. 저서 『시창작교육론』외 8권.
금복문화상, 시와경계문학상, 대구시인협회상 외 수상.[출처] 마경덕 카페작성자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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