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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수하길 원하지만
    나의 이야기 2024. 12. 30. 00:01

     

     

     

    백수하길 바라지만

     

                                                                          김길순

     

    사람들은 누구나 편하게 살기를 바라고 오래 살기를  원한다.

    장수하기를 원하지만, 애지중지 길러낸 자녀들이 철새처럼 떠나고 나면 

    홀로 쳐진 노인은  백수로 고달픈 나날을 보내야 한다.

     

    오늘은 영하의 추운 날씨에 이른 아침 참기름을 사기 위해 재래시장에 들렀다.

    고춧가루와 참기름 등을 파는 집이었다. 

     

    나 보다 부지런한 한 사람은 벌써 와서 고춧가루 한봉을 사고 전기 날로 가에 

    앉자 있었다. 자세히 보니 여름바지에 내복도 입지 않고 외투도 입지 않았다.

     

    100세 되는 할머니였다.

    손을 잡아보니 싸늘했다. 고추가루 한 근 2만 5천 원을 주고 사고 참기름도

    사면서  혼자 손수 만들어 먹고 산다고 했다.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생활한다고

    기름집 주인아주머니가 알려주었다.

     

    아들 하나에 딸 셋이 있다고 한다. 기름집 아주머니가 혹한에 혼자 보내기가

    걱정이 되어서 아들에게 전화를 해서 모시고 가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곧 자가용으로 모시러 온다고 했다. 하지만 모시는 이 없이 따로 산다고 했다.

     

    할머니는 몸을 은사시나무 떨덧 바들바들 떨면서 갑자기 막내딸 자랑을 하셨다.

    막내딸이 맛있는 반찬도 해온다면서 자식 자랑을 끝없이 하셨다.

     

    긴병에 효자 없다고 백수 살다 보면 어려운 일이 닥치기 마련이다.

    장수하세요. 그런 말은 책임도 못질 말이다. 헛소리를  하는 것 같이 움찔했다.

    100세 할머니가 혹한에 장을 보며 혼자 산다는 얘길 듣고 짠한 마음이 온종일 가시지 않았다.

     

    내가 만난 100세 할머니
    백광숙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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