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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규 호반의 일출 해
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 이글 애띤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 ······.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에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보리라.
-박두진 (1916~1998년, 경기 안성) 시 <해> (상아탑) 6호 19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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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박두진 시인의 첫 시집 <해>(1949)의 표제가 된 대표작이라 하겠다.
<문장> 지를 통해서 등단한 그는 새로운 자연, 특히 삼림森林에서 풍기는
식물성의 체취를 풍겨 어떤 법열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경지를 보여주었다.
초기의 참신하고 법열적인 경지에서 이상향에 대한 열렬한 승화를 추구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광복 후 발표한 그의 대표작<해>를 전후하여 기독교적인
이상과 결부되어 그의 시의 방향과 특색을 뚜렸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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