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나의 이야기 2025. 6. 4. 00:01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신석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湖水)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山) 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때 우리는 어린 양(羊)을 몰고 돌아옵시다.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가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 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 똑 따지 않으렵니까?
(시집 <촛불>,1939)
※
이상적인 전원세계에 대한 동경이 환상적이고 동화적으로 그려진 이 작품은 우리나라 전원시인
신석정의 대표작이다. 9연으로 된 이 전원적 목가적 서정시에는 무리 없는 가락을 느끼게 됩니다.
● 신석정 시인(1907~1974)은 전북 부안 출신으로 1924년 조선일보에 투고한 시 '기우는 해'가 활자화된 것을계기로 여러 일간지에 시를 계속 투고·발표했고, 1930년 「시문학」 3호에 시 '선물'을 발표한 후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집으로 1939년에 발간된 첫 시집 「촛불」을 비롯, 「슬픈 목가」「빙하」「산의 서곡」「대바람 소리」등과유고 수필집 「난초잎에 어둠이 내리면」 등이 있습니다. 전라북도문화상(문학상), 한국문학상, 문화포장,
한국예술문화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작성 김길순-
창녕 우포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