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로
김길순
택시는 방배동에서 고속터미널까지
지체된지 한 시간
차창에 어리는 나뭇잎 한강 물에 비치는
낙조 감상은 조각나 버리고
몇 차례 마신 녹차는 창자의 벽을 타고
급강하여 종점에서 문을 두드린다
절박한 순간 미로를 벗어나 내린
터미널 지하철역
경부선 호남선 바쁜 나그네 길
나는 7호선 타고 서서 한강을 건넌다
하얀 표시판에 쓰인 정겨운 역 이름들
읽는 순간 떠나오고
지상의 별자리를 찾아 속속 내려
사라지는 낯선 사람들
붕어빵 노점을 지나오는 길
나는 밤8시경 사가정역
밤바람에 코트 깃 여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