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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유모차
김길순
여름이면
등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
단정하고 예쁘장한 할머니
오늘도 그 할머니는
유모차에 종이박스와 폐지를 잔뜩 싣고
힘이 부치게 끌고 가신다.
할머니, 폐지를 모으세요?
올해 연세가 얼마세요?
여든 네살이여.
얼마 전에 아들이 고혈압으로 쓰러지고
며느리가 조금씩 벌어와 사는데
용돈이 없어 이러고 있다네.
새벽에 나가
전철에서 신문지를 모아 팔면
2천원은 된다고 하셨다.
아, 내 이웃에도 이렇게 사는
노인이 있었구나!
힘겹게 밀고 가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가슴이 답답하고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노년기에 따듯하게 살다 가는 것이
인생의 행복 중의 행복이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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