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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기침
김길순
내가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해소기침이라시며
마른기침을 늘 하셨다.
밤송이 꿀을 만들어 잡숫기도 하시고
생강이며 도라지며 좋다는 민간요법은 다하고 지나셨는데도
한결같이 마른기침은 늘 하셨다.
지금 나의 겨울 아파트 생활은 따습기만 하구만
어머니 젊은 시절엔 집 마당에 감나무 석류나무
나무들이 둘러있어 밤이면 바람이 불어 문풍지가 뀌뚜라미
울듯 바르르 떨다 거쳤다 했다.
아무리 장작으로 군불을 땐 다해도
그 문풍지의 바람은 막을 수는 없었다.
정이월 다가고 봄이 오면 까만 머리 아주까리기름
윤기 자르르나게 바르고 시장에 가시어
간 고등어며 쇠고기 국거리를 사오셨다.
나중엔 자녀들 결혼 다 시킨 후 막내딸인
저희 집엘 가장 많이 오셨다.
외할머니가 밤새도록 기침을 하시지만
아이들이 그 소리 싫은 눈치 한번 안 하고 안타까워만 했었다.
골골백년이라고 그러면서도 97세까지 사시고 몇년 전에 돌아가셨다.
이야기를 하게된 동기는 북경에 있는 아들에게서 오후에 전화가 왔다.
어머니 잘 지나세요? 하기에
예야 독감 들려서 기침이 끝나질 안아 죽을 것 같다고 하니까.
아들의 말은
그전에 외할머니께서 맨 날 기침하시면서
오래 못살고 죽을거다 하시더니 백세 가까이 사셨잖아요,
어머니도 오래 사실 거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이 나쁘게 들리질 않고 은근히 위안도 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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