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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시절에 받았던 하얀 쪽지전체보기 2012. 3. 15. 17:29
소녀 시절에 받았던 하얀 쪽지
김길순
열 일곱 살 봄 건너 내려다보이는 집에 내 또래의 남학생이 하숙을 들었다.
키도 훤칠하고 얼굴이 말끔한 소년이었다.
나는 가끔 다락 방 창문에서 그가 지나다닐 때면 창문 틈사이로 소년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남학생이 하얀 쪽지를 주었다.
의형제 아니 의남매를 맺자고 했다.
나는 오빠도 둘이나 있고 언니도 둘이나 있어 별로 그 말에 흥미가 없었다.
오빠는 아니고 야! 자! 하고 친구같이 반말로 부르고 싶었다.
얼마 후 졸업을 하자 그의 창문에는 커튼이 내려져 있고
통 볼 수가 없었다. 문학을 좋아하고 백일장 글쓰기에도
장원으로 뽑혔다기에 나는 답장쓰기에도 책잡힐까봐
좀처럼 답장을 써질 않았다.
몇년 후 군대에 가서 편지를 보내왔지만 답장을 주질 못했다.
마음속으로는 열 두 장의 긴긴 편지를 쓰면서도 붙이지를 못했다.
그 후로는 소식을 주지 않았다.
소녀의 마음이란 좋으면서도 겉으로 표현하기가 참으로 힘들었다.
지금 같으면 얘기도 나눠 좋은 의남매같은 사이가 될수도
있었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도…
목련꽃 피는 사월이면 내 마음에 떠오르는 소년
마음 속에 늘 무지개 같이 고운 문학 소년이 떠오를 때는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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