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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을 덮으며
김길순
할머니 얘기를 들어보면
오래전 장작불로 군불을 피워 겨울을 보내던 시절
솜이불 하나에 많은 식구가 발만 덮고 자는 집도 있었다지.
내 얘길 하자면
시집 올 때 봉황 수놓은 베개에다 비단 이브자리를 해왔지.
언제부터인가 가볍운 솜털 이불이 나온 다음부터는
어머니가 해 주신 신혼이불은 옷장 밑자리를 지키다가
작은 소품으로 이용해서 지금은 없어졌지.
나이가 지긋하게 들고 보면 침대보다 온돌에서 허리를 지지며
자야 몸이 거뜬해지니 어쩌랴.
붓대 속에 숨겨왔다던 문익점 선생의 목화씨 그 솜이불은
우리네 조상님들을 등따시게 삼동을 나게했었지.
지금은 양모이불 오리털 이불을 덮고 삼동을 지내는 이들도
많아졌네. 암튼 체온을 따뜻하게 해주는 이불에서 온기를 얻어
사람들에게 다가갈 때 설렁하지 않고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는 내가
되어보겠다는 생각도 해 보는 겨울밤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