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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 엄니
김길순
까칠한 덤불 속에서 피어난 할미꽃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서
고개를 떨구고 계십니까
온갖 세상일 마다하지 않으시고
한세상 살다 가시더니
당신의 가슴속 따사로운
솜털 모자를 쓰고 오셨네요.
웃음소리도 다툼소리도 들리지 않는
외로운 산기슭에서
행여 자식 찾아올까
온종일 기다리셨는지 고개 떨구고 계시네요.
할미꽃으로 태어나신 할미꽃 엄니!
< 김길순 제2 시집에 실린 시>
화가 정은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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