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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속도 모르고
김길순
한 달 전 부인이 타계한 그 노인에게
듣기에 거북한 질문들을 한다.
보기에도 수축해 보이고
밤이면 한 두 시간 잠을 자면
잠이 영 오지 않는다는 그 노인에게
청혼 얘기가 분분하다.
물론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꽃보다 더 고운 여인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부고의 소식을
카톡에 올린 그분께
백합 같이 곱고 성품이 아름다운
혼자 사는 여인이 있다느니 할 때
눈을 껌벅껌벅 감으며 대답은
세상에 꽃보다 아름다운
여인이 또 있을까……
아직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같은 여인의 사랑으로 가득 차 있는
그 분께는 듣기에 거북한 질문이었으리라.
남의 속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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