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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나물을 먹다가
김길순
봄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봄날, 운동을 마치고 셔틀버스 편으로
마트 앞에 내리게 되었다.
요즘 체중도 늘고, 혈압도 높은 편이라서 저녁식사는 대충 먹기로 했다.
다섯 개 들이 가지 한 봉지를 샀다.
가지 두 개를 얇게 썰어 간을 하지 않은 채 프라이팬에 넣고 들기름으로 구웠다.
생각보다는 고소한 맛이 났다.
가지는 물컹하지만, 톡 쏘는 맛이 있기도 하다.
어느 수필가의 글 한 대목이 떠올랐다. 그녀의 아버지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되었는데 아버지 몸에서 가지 색깔의 멍이 들어있었다는 표현이었다.
그리고 일본 어느 화가는 정원의 석등에 불을
켜놓고 가지나물을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막내딸을 가질 때 가지 밭에서 가지를 한 아름
따서 오는 꿈을 꾸기도 했다.
시골 울 엄매여!
채전에 가지를 심어 가지가 주렁주렁 열리게 했지요.
끼니때마다 나물 반찬이 푸짐했었지요.
지금은 자식 위해 반찬 걱정은 안하시겠지요.
가지를 먹다가 오래전 가신 엄마생각까지 하게 되었네요.
봄비 오는 저녁 가지나물을 먹다가
목이 메어 길순이가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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