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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홍사용「나는 왕이로소이다」
    나의 이야기 2018. 7. 5. 00:30





                                                                 


                                                 


                                                                    



    홍사용「나는 왕이로소이다


    월간문학 2018년 7월 기획특집 명작의 자리에 <노작 홍사용>의 문학관

    소개와 생애에 대한 글이 있었다.

    노작 홍사용(1900~1947)은 지병인 폐결핵,으로 사망하기까지 문학과

    연극 등에 일생을 바쳤으며,


    근대연극 운동의 선구적 극단인 토월회에 가입하여 희곡 창작 및

    직접 배우로도 활동하는 등 연극

    활동에 정열을 쏟기도 했다. 30여편의 시와 10여편의 수필, 4편의 소설과

    5편의 희곡을 남겼으며 동인지

       「백조를 창간하고 사상지「흑조」를 기획했다.


        「나는 왕이로소이다」근대시의 기틀을 마련해 준 시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노작 문확관>은 경기도 화성, 동쪽 여울목에 홍 씨들의 집성촌 돌모루 마을이 있었다.

         그곳이 시인의 고향이기도 하고 문학관이 있다고 한다.

          -<월간문학>에 올린 김정임, 글 부분 발췌- 아래에 홍사용의 시 한편을 올린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 홍사용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님의 가장 어여쁜 아들 나는 왕이로소이다.

    가장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서······
    그러나 십왕전(十王殿)에서도 쫓기어난 눈물의 왕이로소이다.


         "맨 처음으로 내가 너에게 준 것이 무엇이냐?" 이렇게 어머님께서 물으시며는

         "맨 처음으로 어머니께 받은 것은 사랑이었지요마는 그것은 눈물이더이다." 하겠나이다.


         다른 것도 많지요마는······ "맨 처음으로 나에게 한 말이 무엇이냐?" 이렇게 어머니께서

         물으시며는 "맨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드린 말씀은, "젖주세요"하는 그 소리였지요마는,

    그것은 '으아-'하는 울음이었나이다" 하겠나이다. 다른 말씀도 많지요마는······

    이것은 노상 왕에게 들이어 주신 어머니의 말씀인데요.
    왕이 처음으로 이 세상에 올 때에는 어머니의 흘리신 피를 모에다 휘감고 왔더랍니다.


    그 날에 동네의 늙은이와 젊은이들은 모두 "무엇이냐?"고 쓸데없는 물음질로 한창 바쁘게 오고 갈 때에도
    어머니께서는 기꺼움보다도 아무 대답도 없이 아픈 눈물만 흘리셨답니다. 빨가숭이 어린 왕 나도 어머니의

    눈물을 따라서 발버둥질 치면'으아-' 소리쳐 울더랍니다.

    그 날 밤도 이렇게 달 있는 밤인데요. 으스름 달이 무리스고 뒷동산에 부엉이 울음 울던 밤인데요.
    어머니께서는 구슬픈 옛이야기를 하시다가요, 일 없이 한숨을 길게 쉬시며 웃으시는 듯한 얼굴을 숙이시더이다.

    왕은 노상 버릇인 눈물이 나와서 그만 끝까지 섧게 울어 버렸소이다. 울음이 뜻은 도무지 모르면서도요.
    어머니께서 조으실 때에는 왕만 혼자 울었소이다.


    어머니께서 지으시는 눈물이 젖 먹는 왕의 뺨에 떨어질 때이면 왕도 따라서 시름없이 울었소이다.


    열한 살 먹던 해 정월 열나흘 날 밤 맨잿더미로 그림자를 보러 갔을 때인데요

    명이나 긴가 짜른가 보랴고.
    왕의 동무 장난꾼아이들이 심술스럽게 놀리더이다. 모가지 없는 그림자라고요.


    왕은 소리쳐 울었소이다. 어머니께서 들으시도록, 죽을까 겁이 나서요.

    나무꾼의 산타령을 따라가다가 건넛산 비탈로 지나가 상두꾼의 구슬픈 노래를 처음 들었소이다.
    그 길로 옹달 우물로 가자고 지름길로 들어서며는 찔레나무 가시덤풀에서 처량히 우는 한 마리 파랑새를 보았소이다.
    그래, 철없는 어린 왕 나는 동무라 하고 쫓아가다가 돌뿌리에 걸리어 넘어져서 무릎을 비비며 울었소이다.


    할머니 산소 앞에 꽃 심으러 가던 한식날 아침에
    어머니께서는 왕에게 하얀 옷을 입히시더이다. 그리고 귀밑머리를 단단히 땋아 주시며
    "오늘부터는 아무쪼록 울지 말아라." 아아, 그 때부터 눈물의 왕은! 어머니 몰래 남 모르게 속 깊이

    소리없이 혼자 우는 그것이 버릇이 되었소이다.


    누우런 떡갈나무 우거진 산길로 허물어진 봉화(烽火) 뚝 앞으로 쫓긴 이의 노래를 부르며 어슬렁거릴 때에
    바위 밑에 돌부처는 모른 체하며 감중련(坎中連)하고 앉았더이다. 아아, 뒷동산 장군바위에서

    날마다 자고 가는 뜬 구름은 얼마나 많이 왕의 눈물을 싣고 갔는지요.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니의 외아들 나는 이렇게 왕이로소이다.
    그러나 그러나 눈물의 왕- 이 세상 어느 곳에든지 설움이 있는 땅은 모두 왕의 나라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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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시는 1923년 9월, '백조' 3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8연으로 짜여진 산문시 경향의 자유시다.

        근대시의 활달한 시 형식의 기틀을 마련해 준 노작(露雀)의 대표시다.
       

        '눈물의 왕'으로 규정하고 지나간 서러운 사연을 자전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것이 이 시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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