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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의 詩 2편을 올립니다.(안도현, 목필균)
    나의 이야기 2020. 12. 3. 00:05

     

     

    12월 저녁의 편지

                                                      안도현

     

    12월 저녁에는

    마른 콩대궁을 만지자

     

    콩알이 머물다 떠난 자리 잊지 않으려고

    콩깍지는 콩알의 크기만한 방을 서넛 청소해두었구나

     

    여기다 무엇을 더 채우겠느냐

     

    12월 저녁에는

    콩깍지만 남아 바삭바삭 소리가 나는

    늙은 어머니의 손목뼈 같은 콩대궁을 만지자

     

     

     

    12월의 기도

                                          목필균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 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놓습니다

     

    제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

     

    겨울 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짓지 않아도

    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 같이

    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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