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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지훈 詩 <승무>外<낙화>두편 올립니다.
    나의 이야기 2020. 12. 16. 00:25

    이부재 화가 그림

     

    승무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낙화

                             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박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 조지훈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해서 시 두 편을 올립니다.

    조지훈(1920-1968):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신 시인이자 국문학자입니다.

    1947년부터 고려대학교 교수로 재직하였고, 6.25 한국전쟁 때는

    종군기자로도 활약하셨다고 합니다.

    1939년 4월에 문장지에서 『고풍의상』, 11월에 『승무』, 1940년에

    『봉황수』를 발표하였습니다.

    주요 작품은 『청록집』, 『풀잎단장』, 『조지훈시선』, 『역사앞에 서다』

    등이 있습니다.

     

     

    동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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