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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설치미술-공광규나의 이야기 2021. 4. 3. 00:05
설치미술
공광규
오래된 목련나무 찢어진 가지가
함석으로 덮은 시골집 헛간 지붕과
본채 지붕에까지 턱 걸치고 있다
헛간을 뒤져
녹슨 낫과 무딘 도끼를 찾았으나
찢어진 가지를 쳐낼 엄두가 안 난다
시골집을 비워 둔 지 오래되어
사다리도 없고전동톱도 없고
녹슬고 무딘 연장으로 덤벼서는
오히려 지붕만 더 망칠 것 같았다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
찢어진 가지와 지붕을 그냥 두기로 했다
말라 가고 썩어 가는 가지와
이런 말라 가고 썩어 가는 가지를
함석지붕에 인 채 쓰러져 가는 시골집을
가끔 오가며 감상하기로 했다
세월이 창작한 설치미술 한 점
옥외에 전시하기로 한 것이다공광규
서울 출생. 1986년 《동서문학》 등단.
시집 『대학일기』. 『지독한 불륜.』 『파주에게』 『맑은 슬픔』외 다수정미자 목련 공감은 아래 하트를 누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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