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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슬리퍼-이재무
    나의 이야기 2021. 4. 14. 00:05

     

     

    슬리퍼

     

                                              이재무

     

    슬리퍼를 신을 때마다 슬리퍼처럼

    편하고 만만했던 얼굴이 떠오른다

    슬리퍼는 슬픈 신발이다

    막 신고 다니다 아무렇게나 이곳저곳에

    벗어놓는 신발이다 언감생심 어디

    먼 곳은커녕 크고 빛나는 자리에는

    갈 수 없는 신발이다

    기껏해야 집 안팎이나 돌아다니다

    너덜너덜해지면 함부로 버려지는 신발이다

    슬리퍼를 신을 때마다 안개꽃같이

    누군가의 배경으로 살았던

    오래된 우물 속처럼 눈 속 가득

    수심이 고여있던 얼굴이 떠오른다

     

     

    시집 『데스벨리에서 죽다』 시작 시인선 0315번으로 출간

    시집 『데스밸리에서 죽다』는 문태준 시인의 추천의 말처럼 “한 사람의 가난과 눈물과 추억과 참회와 낭만과 싸움과 연민과 사랑의 시편들”로 가득하다. “거짓이나 꾸밈이나 숨김이 없”이, 삶과 시를 대하는 시인의 진솔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시집의 묘미라 할 수 있다. 특별히 이번 시집에서는 삶에 대한 깨달음이 현실적 삶의 반성으로 곧잘 이어지는 시편들이 눈에 띈다. 해설을 쓴 김경복(문학평론가, 경남대 교수)의 말을 빌리면, 이재무의 이번 시집은 “삶과 죽음이라는 하나의 주기적 과정을 전체로 바라보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거시적 안목”이며, “삶 그 자체에 매몰된 상태에서 빠져나와 보다 우주적이고 총체적인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려는 의지의 태도”이기도 하다. 

    시<슬리퍼>는 『데스벨리에서 죽다』시집, 목차 2부에 수록된시이다. 작성-김길순_

     

    이재무 시인

    1958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한남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국문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83년 『삶의 문학』 및 『실천문학』과 『문학과사회』 등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2회 난고(김삿갓)문학상과 편운문학상, 제1회 윤동주시상과 한남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유심작품상, 풀꽃문학상, 송수권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현재 한신대 외 여러 대학에서 시 창작 강의를 하고 있다. (주)천년의시작 대표이사이다. 저서로 시집 『섣달그믐』,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 『벌초』, 『몸에 피는 꽃』, 『시간의 그물』, 『위대한 식사』, 『푸른 고집』, 『저녁 6시』, 『경쾌한 유랑』, 『슬픔은 어깨로 운다』, 시선집 『오래된 농담』, 『길 위의 식사』, 『얼굴』, 시평집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핀다면』 『긍정적인 밥』, 산문집 『쉼표처럼 살고 싶다』, 『생의 변방에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 『집착으로부터의 도피』, 공저 『민족시인 신경림 시인을 찾아서』, 편저 『대표시, 대표평론Ⅰ·Ⅱ』 등을 발표했다.

     

     

    사과밭 경북청송-홍덕기 사진작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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