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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산문학-제4집나의 이야기 2021. 4. 23. 00:05
※ 산문학 제4집
문덕수 시인 추모, 작고 문인 추모를 기리며
산문학에 수록된 회원님의 몇편의 글을 올립니다.
한국 모더니즘시의 새 지평을 여시고
함동선
심산 문덕수 사백을 그리며,
꽃 한송이 들고 흘리는 눈물은 마음의 말이라 하지만
하늘과 땅이 슬픔으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심산 사백의 일생은
타고난 재질과 정상을 향한 도전이었고
"나의 시 쓰기의 반세기는 형식주의와 역사주의의...
팽팽한 줄 위에서··· 춤을 춘 피에로"의 고독은
한국모더니즘시의 새 지평을 여셨습니다.-중략-
산행
문덕수
모처럼 휴일 산행
골고다의 아픔도 잠시 잊네.
숲이 우거진 산비탈 계곡을 거슬러
낮은 봉우리의 등마루에 오르면 그만큼
멀어지며 저만치 내려앉는 일상
다시 능선을 타고 서뻑서뻑 더 높은 봉우리에 우뚝 서면
도시는 바둑판만큼 내려 앉네.
손바닥 하나로도 넉넉하네.
여기는 네 땅 내 땅도 없는
다만 삐삐삑 찌 찌짹 맴맴맴···
여백의 소리뿐이네.
다시 시퉁해서도 안 되네.
모처럼 휴일 산행
걸프전이나
휴전선이 끊어진 철길도 잠시 잊네.
-1994년 제10시집<사라지는 것들과의 만남>에서
꽃잎 세기
문덕수
마을을 덮은 코스모스 덤불
아무거나 한 송이 골라 꽃잎을 열심히 새어 본들
나비처럼 머무를 수야,
대추나무 밑둥을 감고
한창 뿌득뿌득 기어오르고 있는 나팔꽃
푸른 것은 깔대기 모양
흰 것은 나팔 주둥이
한 잎 두 잎 세 잎 네 잎 다섯 여섯 세어 보지만
실은 한 송이일 뿐이다.
돌담을 돌자 앞장선 나비는 오간 데 없고
순하고 야들야들한 연보라 무궁화꽃
그 한 송이의 여섯 개 꽃잎을 확인한들
내 어쩌랴 어쩌랴.
해바라기는 서른 네 개의 황금 꽃잎을 둥글게 박고
들국화는 서른 아홉 개로 쪼개진 보랏빛을 빽빽이 둘렀거는
내 어찌 머무를 수야.
-2002년 제12시집 <꽃잎세기>:에서
어머니는 호미를 씻고
엄한정
황혼빛이 나뭇잎에 반짝인다.
지는 꽃향기가 그림자에 내린다.
한낮을 울던 뻐꾸기 숲속에 잠들면
늙은 달이 실눈을 뜬다
날로 멀어져 가는 향촌의 길
굴렁쇠 굴리며 놀던 언덕에
달이 뜬다.
비로소 어머니는 호미를 씻고
아이가 놀던 언덕길을 걸어오신다.
약력
문덕수 호는 심산
1928년 12월 8일 경남 함안군 법수면 출생
2020년 3월 13일 별세
2020년 3월 15일 대한민국 문인장
2020년 3월 16일 국립대전현충원 7묘역 안장
한국전쟁 육군소위 참전
고려대학교 문학박사 학위취득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장
홍익대학교 교수,사범대학장, 교육대학원장
국제PEN한국본부 회장(1992)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원장(1995)
1955년 월간<현대문학>등단(유치환 추천)
1971년<시문학>발행인(2020년3월 기준 결호 없이 584호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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