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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시인의 퍼즐게임 / 마경덕나의 이야기 2021. 4. 27. 00:05
시인의 퍼즐게임
마경덕
봄이 출하되었다
봄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시인들이 몰려들어
맨얼굴로 바람을 만져보고
육질이 연한 봄을 구입했다
재생 뻐꾸기테이프, 냉이초록접시, 민들레바람세트…
봄의 밀도를 올려줄 재료들이 와르르 책상으로 쏟아졌다
바람의 힘줄도 말랑해져서
매만지기 좋은 계절,
어떻게 특별한 봄을 만들 수 있을까
아지랑이를 아지랑이로 민들레를 민들레로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은
봄을 구기고 찢고 비틀었다
가끔 형체를 알 수 없는 기형의 봄도 태어났다
바람의 본을 뜨고 햇살을 오려 끼워 맞추자
봄은 한 장으로 압축되었다. 완성된 봄은
메일로 전송되고 출판사로 날아갔다
봄바람이 50%만 섞여도 적중이다. 남은 절반은 목에 걸린 머플러의 몫
봄을 사용한 소비자들
당신들은 왜 짜릿하고 상큼한 봄을 개발하지 않는 거죠?
톡 쏘는 맛도 없이 밍밍하다고, 그 맛이 그 맛이라고
여기저기서 불만을 터트렸다
붉은 개나리 검은 목련이 나온다는 소문이 퍼졌지만
늘 정답 같은 봄만 찾아왔다
-(출처)경상매일 신문<시경의 아침> 시인의 퍼즐게임. 마경덕-
* 전남 여수 출생
*2 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 시집『신발論』『글러브 중독자』『사물의 입』
* 수상 : 북한강문학상
* 2017년 시집‘사물의 입’세종나눔도서 선정
* 현재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AK아카데미, 강남문화원 시 창작 강사(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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