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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걸림돌-공광규
    나의시 2021. 6. 11. 00:05

     

    걸림돌

                                                            공광규                                    

     

    잘 아는 스님께 행자 하나를 들이라 했더니

    지옥 하나를 더 두는 거라며 마다하신다

    석가도 자신의 자식이 수행에 장애가 된다며

    아들 이름을 아예 ‘장애’라고 짓지 않았던가

    우리 어머니는 또 어떻게 말씀하셨나

    인생이 안 풀려 술 취한 아버지와 싸울 때마다

    “자식이 원수여! 원수여!” 소리치지 않으셨던가

    밖에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것도

    중소기업 하나를 경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누구를 들이고 둔다는 것이 그럴 것 같다

    오늘 저녁에 덜되 먹은 후배 놈 하나가

    처자식이 걸림돌이라고 푸념하며 돌아갔다

    나는 “못난 놈! 못난 놈!” 훈계하며 술을 사주었다

    걸림돌은 세상에 걸쳐 사는 좋은 핑계거리일 것이다

    걸림돌이 없다면 인생의 안주도 추억도 빈약하고

    나도 이미 저 아래로 떠내려가고 말았을 것이다.

     

     

    ○ 공광규시인 약력

    1960년 충남 청양에서 태어남

    동국대 국문과와 단국대 문예창작과 졸업

    1986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1987년 실천문학에 현장시들을 발표하다

    시집으로 대학일기, 마른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 소주병, 말똥 한덩이

    시론집으로 신경림시인의 창작방법 연구, 시 쓰기와 읽기의 방법, 시창작 수업이 있다.

    수상 2009년 제4회 윤동주상 문학부문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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