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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목발 / 나호열나의 이야기 2021. 8. 20. 00:02
목발 / 나호열
자유는 스스로 그러한 것이라고 배웠다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갈구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깨우쳤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 말없이 행하는 사물들을 업신여기고
값어치를 치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이 세상의 속박과 결탁하면서
수인에게 던져주는 메마른 빵을 굶주림과 바꿨다
발목이 부러지고 나서
내게 온 새로운 친구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나 없이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어
그런데 친구야
네가 나를 의지한다는 것은
오로지 나에게 너의 온 힘을 전해 준다는 것이지
언젠가 너에게 버려질 날이 오겠지만
그날이 기쁜 날이지
그날까지 날 믿어야 한다는 것이지
아 절뚝거리는 속박과 함께
비틀거리는 목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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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열 시인의 시에서 속박당한 자유는 어떤 제약을 받고 있었는지, 어떻게 도피의 메커니즘에서 자신을 건져 올릴 수 있었는지는 다시 부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시인에게 속박된 자유를 주는 물질과 경제적 활동이 표면적 원인에 해당된다면, 내면적 원인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근원적인 결연관계였던 모성이 여기에 해당된다.
모성은 시인에게 절뚝거리는 속박의 자유와 어둠 저편에서 온기와 말을 건네주고 자유의 길을 열어주는 양면적 존재이다. 결국 이 모성은 시인의 시적 경험 속에서 단절되고, 상처주고, 매혹하는 존재이면서 그리움과 고통의 기표이다.
-<목발>권영옥 문학 평론가 시평 카페 시인회의에서 옮겨온 글 생략해서 간추려 옮겼습니다. -작성 김길순-
[나호열 약력: 시인]
□충남 서천출생
□1986년『월간문학』,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알고 있다』 , 『촉도』 , 『눈물이 시키는 일』 등
□현재 도봉문화원 도봉학연구소장, 한국탁본자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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