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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황지우
12월의 저녁 거리는
돌아가는 사람들을
더 빨리 집으로 돌아가게 하고
무릇 가계부는 가산 탕진이다
아내여, 12월이 오면
삶은 지하도에 엎드리고
내민 손처럼
불결하고, 가슴 아프고
신경질나게 한다
희망은 유혹일 뿐
쇼윈도 앞 12월의 나무는
빚더미같이, 비듬같이
바겐세일품 위에 나뭇잎을 털고
청소부는 가로수 밑의 생을 하염없이 쓸고 있다
12월의 거리는 사람들을
빨리 집으로 들여보내고
힘센 차가 고장난 차의 멱살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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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 시인 약력>>
*1952년 전남 해남에서 출생(본명:황재우).*서울대 인문대 미학과 졸업.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沿革(연혁)〉당선으로 등단.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나는 너다』, 『게 눈속의 연꽃』,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
*한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및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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