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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야(雪夜) - 김광균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 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처마끝에 호롱불 여위어가며
서글픈 옛 자췬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의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기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찬란한 의상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설야 >조선일보 1938,1
*
이 시는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여기에 "먼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는
눈오는 밤의 그 고요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뛰어난 기교라 할 수 있다.
1914년 경기도 개성에서 태어난 김광균은 송도상고를 졸업한 후 고무공장 사원으로
근무하면서 틈틈이 시를 썼다. T.E.흄.E. 파운드, T. S. 엘리어트 등 영국 이미지즘
시운동을 열심히 도입 소개한 김기림의 이론과 시작에 크게 공명하여, 그 영향을
주고받는 듯하며,'시는 회화다'라는 모더니즘의 시론을 실천하였다.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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