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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파리똥 외 1편
    나의 이야기 2022. 4. 5. 00:03

     

     

      파리똥  

                                              임보

     

    세상을 이미 떠난

    어느 대가의 시(詩)한 편을 놓고

    기라성 같은 비평가들이

    화려한 논란을 쏟아냈다

     

    문제가 된 것은

    시행(詩行)의 중간에 찍힌

    하나의 피어리드(종지부)였다

     

          수식어와 피수식어를 갈라놓음으로

          시정의 미적 확대를 의도적으로 피했다>

                                                (비평가A)

     

          의미의 연결에 포즈를 줌으로

          이미지의 자동화를 방지한 낯선 장치다.

                                                (비평가B)

     

          복잡다단한 현대 도시 소시민의 순간적인

          의식의 단절을 시각화한 것이다.

                                                 (비평가C)

     

          일상적 구문의 헤체로 심리적 갈등 곧

          정서의 와해를 표출하려 했다.

                                                (비평가D)

     

    알다가도 모를 현학적인 해설들이

    작품보다 더 어렵게 지상을 수놓았다

     

    거기에 왜 마침표가 들어가야 하나?

    아무리 해도 이해를 못한 한 숙맥 시인이

    출판사에 찾아가 대가의 친필 원고를

    가까스로 찾아보았다

     

    원고에 분명 마침표가 찍혀 있었다

     

    (그러나

    그 마침표의 생산자는 대가가 아니라

    한 마리의 불손한 파리였던 것을

    세상은 아무도 몰랐다)

     

     

     

      울타리  

                                                                  임보

     

    울타리는 경계와 경계사이에 설치된 장애물이다

     

    초가집 울타리는 수수깡이 되기도 하고

    과수원 울타리는 탱자나무인 수도 있다

     

    돌이나 흙으로 쌓은 담도 있고

    철사나 철망으로 막은 철조망도 있다

     

    개나리, 쥐똥나무의 부드러운 나무울타리

    블록이나 시멘트로 높이 차단한 단단한 벽

     

    울타리는 도둑이나 적들을 막는 방어진인데

    섬을 가둔 바다를 물의 울타리라 부른 시인도 있다

     

    인간이 만든 가장 긴 울타리는 만리장성

    그러나 신이 만든 보이지 않는 울타리도 있다

     

    보라, 지상과 천국 사이에 설치된

    저 완벽한 허공!

     

    *위의 시는 월간문학 638. 2022년 4월호에 실린글.

    * 임보

    본명 강홍기. 1940년 순천에서 태어나 곡성에서 자람.

    1962년<현대문학>등단. 시집<산상문답>등 26권과

    <시와 시인을 위하여> 등 다수의 시론시가 있음.

    상화시인상. 윤동주 문학상. 녹색문학상 등 수상함.

    전 충북대 교수. 현재 월간<우리 詩>편집고문.

     

     
     
     

    임복남 화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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