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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황인숙(1958~)
칠순 여인네가 환갑내기 여인네한테
말했다지
"환갑이면 뭘 입어도 예쁠 때야!"
그 얘기를 들려주며 들으며
오십대 우리들 깔깔 웃었다
나는 왜 항상
늙은 기분으로 살았을까
마흔에도 그랬고 서른에도 그랬다
그게 내가 살아본
가장 많은 나이라서
지금은, 내가 살아갈
가장 적은 나이
이런 생각, 노년의 몰약 아님
간명한 이치
내 척추는 아주 곧고
생각 또한 그렇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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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인숙 시인 약력>>
*1958년 서울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슬픔이 나를 깨운다』,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리스본行 야간열차』.
*동서문학상(1999)과 김수영문학상(2004) 수상.
황인숙(1958~)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문학과 지성사,2016) ("송년회"조선일보 게재시)
▷ 칠순을 훨신 넘긴 노시인께서 마흔을 갓 넘긴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씀하셧다. 뭘 해도 참 예쁠 나이다! 그때는 나도 속으로 깔깔 웃었다.마흔 즈음에 나는 이제 부터는 늙겠구나라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듣다 운전대를 부여잡은채 울컥했더랬다. 터무니없는 조로(早老)였ㄷ가. '늘' 인생 청춘이었는데 말이다. 오십을 한참 넘긴 지금도 이제는 늙었구나라는 우울감에 휩싸이기 일쑤다. '아직' 내 척추와 내 생각과 내 걸음은 곧고 곧은데도 말이다. 그러니 남들이야 '노년의몰약' 이라 하든 말든 "내가 살아갈/ 가장 적은 나이"가 바로 지금이니, 우리는 앞으로 ! 늘 오늘' 과 "작금의 지금"이 바로 청춘이니 또 앞으로 앞으로! <시인 정끝별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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