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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눈물
    나의 이야기 2022. 6. 17. 00:03

     

     

    눈물

                                               최문자

     

    어릴 적 외할머니가 이불 빨래하는 날은

    뒷마당에서 잿물을 내렸다.

    금이 간 헌 시루 밑에서 뚝뚝 떨어진

    재의 신음 소리

    꼭 독한 년 눈물이네.

    열아홉에 혼자된 외할머니 독한 잿물에

    덮고 자던 유년의 얼룩들은 한없이 환해지면서

    뒷마당 가득 흰 빨래로 펄럭였다.

    하나님은 내가 재가 되기를 기다렷다.

    하루 종일 재가 되고 났는 데도

    아직 남아있는 뭔가 있을까?하여

    쇠꼬챙이로 뒤적거리며 나를 파보고 있었을 때

    재도 눈물을 흘렸다.

    어제의 재에다

    새로 재가 될 오늘까지 얹고

    독한 잿물을 흘렸다.

    조금도 적시기 싫은 사랑까지

    한없이 하얘져서

    세상 뒷마당에 허옇게 널려있다.

    재는 가끔 꿈틀거렸다.

    독한 눈물을 닦기 위하여.

     

    ※ 최문자의 시 <눈물>이었습니다. 여기에서 <눈물>은 독한 눈물인 동시에 인생을 빨래하는

    눈물이라 하겠습니다.> <잿물>도 마찮가지 입니다. "재도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는 독한 재가

    눈물이라는 고난과 승화를 통하여 거듭난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

     

      최문자 시인  

    출생1943년, 서울학력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데뷔 1982년 '현대문학' 등단

    경력2007.~2011. 제6대 협성대학교 총장

    수상2019. 한국서정시문학상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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