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
최문자
어릴 적 외할머니가 이불 빨래하는 날은
뒷마당에서 잿물을 내렸다.
금이 간 헌 시루 밑에서 뚝뚝 떨어진
재의 신음 소리
꼭 독한 년 눈물이네.
열아홉에 혼자된 외할머니 독한 잿물에
덮고 자던 유년의 얼룩들은 한없이 환해지면서
뒷마당 가득 흰 빨래로 펄럭였다.
하나님은 내가 재가 되기를 기다렷다.
하루 종일 재가 되고 났는 데도
아직 남아있는 뭔가 있을까?하여
쇠꼬챙이로 뒤적거리며 나를 파보고 있었을 때
재도 눈물을 흘렸다.
어제의 재에다
새로 재가 될 오늘까지 얹고
독한 잿물을 흘렸다.
조금도 적시기 싫은 사랑까지
한없이 하얘져서
세상 뒷마당에 허옇게 널려있다.
재는 가끔 꿈틀거렸다.
독한 눈물을 닦기 위하여.
※ 최문자의 시 <눈물>이었습니다. 여기에서 <눈물>은 독한 눈물인 동시에 인생을 빨래하는
눈물이라 하겠습니다.> <잿물>도 마찮가지 입니다. "재도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는 독한 재가
눈물이라는 고난과 승화를 통하여 거듭난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
최문자 시인
출생1943년, 서울학력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데뷔 1982년 '현대문학' 등단
경력2007.~2011. 제6대 협성대학교 총장
수상2019. 한국서정시문학상 -작성 김길순-
공감은 아래 하트를 눌러 주세요.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정 박사의 '100세' 건강법 (0) 2022.06.19 (시) 행복론 (0) 2022.06.18 사랑은 생명의 꽃이라기에 (0) 2022.06.16 한국의 명시해설에 나온 시 두편 (0) 2022.06.15 (시조) 눈밭 외 조팝꽃 (0) 2022.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