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락눈이 내린다
엄한정
수리산 겨울 숲에 싸락눈이 내린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주막에 들 때
초가지붕 위에 하얀 가루가 쌓인다.
주막 할머니가 솥에 물을 붓고
아궁이에 장작불을 피우며
꽃 본 듯이 손님을 맞이한다.
국물이 얼룩진 행주치마를 두르고
부엌을 분주히 나들며
막걸리 한 사발에도
연방 술국을 나르신다.
삶의 무게에 허리 굽은 할머니
연세는 올해 여든여섯
무슨 재미로 사시느냐 여쭈었더니
허튼 말 말고 술이나 마시라 하신다.
-2022년 문학사계 겨울호 발표 시-
※ 저자
○엄한정 - 아호 梧下. 念少. 1936년 인천출생. 성균관 대학교 졸업
○시집-낮은 자리. 풀이되어 산다는 것. 머슴새. 꽃잎에 섬이 가리운다.등
○1963년 아동문학(박목월 추천)지와,현대문학(서정주 추천)지로 등단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목일<나의 수필>글을 읽고 (80) 2022.11.25 가을날 스치고 간 유서를 떠올린다 (78) 2022.11.24 (시) 비정규 (74) 2022.11.22 곱게 익어 가는 인생 (83) 2022.11.21 '수필' 의 창시자로 알려진 미셀 드 몽테뉴를 알아 본다 (66) 2022.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