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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구 일째 (신춘문예 당선작)나의 이야기 2023. 1. 11. 00:01
ㄷ 2023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구 일째
황정희
구 일째 울진 산불이 타고 있다
한 할며니가 우사 문을 열고
다 타 죽는다 퍼뜩 도망가래이 퍼뜩 내빼거라 꼭 살거라
필사적으로 소들을 우사 밖으로 내몰고 있다
불길이 내려오는 화면을 바라보며
밀쳐놓은 와이셔츠를 당겨 다린다
발등에 내려앉은 석양처럼 당신은 다가오려 했고
나는 내 발등을 찍어 당신이 집나간 지도
구 일째
주름진 당신의 얼굴이 떠올라 매매 반듯하게 기다리고 있다
똑 똑
똑똑 똑똑
똑똑똑똑똑똑
빗소리다
쏟아지는 빗소리가 진화를 몰고 와
우산을 쓰고 돌아온 당신 속으로 질주하는 나는 맨발
날 밝아
체육관으로 피했던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갔을 때
다 타버린 우사 앞에서 할머니를 기다리는 소들의 모습이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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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평] 감정 노출없이 넌지시 제시되는 새로운 시공 ‘매혹적’ 장석남 시인 . 나희덕 시인
분명 신춘문예는 축제다. 사는 일 곁에서 문학(시)을 알게 되고 배우고 쓰고 하던 사람들이
자신의 소출을 모아 제출한다. 소식을 기다리는 동안 마음속에서는 한창 운동회가 열렸을
것이다. 그렇게 축제는 지나간다.
그 가운데 단 한사람이 남는다. ‘구 일째’ 외 4편을 보낸 황정희씨가 올해 당선자다.
축하를 보낸다.
※ 출처 2023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모아 보기에서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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