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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손택수
대나무는 자신의 가장 외곽에 있다
끝이다 싶은 곳에서 끝을 끄을고
한 마디를 더 뽑아올리는 게
대나무다
끝은
대나무의 생장점
그는 뱀처럼 허물을 벗으며
새 몸을 얻는다
뱀의 혀처럼 갈라지고 갈라져서
새잎을 뽑아낸다
만약 생장이 다하였다면 거기에 마디가 있을 것이다
마디는 최종점이자 시작점,
공중을 차지하기 위해 그는
마디와 마디 사이를 비워놓는다
그 사이에 꽉 찬 공란을 젖처럼 빨며 뻗어간다
풀인가 나무인가 알다가도 모르겠다
자신이 자신의 첨단이 된 자들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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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
전남 담양 출생.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붉은빛이 여전합니까』 『어떤 슬픔은 함께 할 수 없다』 등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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