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詩) 숫눈(제34회 신라문화대상 당선작)

해바라기 진 2023. 1. 30. 00:01

 

 

 

숫눈

                                        이성기

 

간지러운 바람 숨결 하나 없는 고요한 밤
허리춤 속옷 들추듯 살포시 담 넘어오다
까치밥 홍시에 미끄러져 우물 안에 갇혔나

새벽잠 달아나 문지방을 나서보니
희뿌연 송이송이가 부딪치는 아픔도 참아 가며
배꼽마당 너머까지 그려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네

그래, 숫눈이구나!

행여 장독 뚜껑 깨질라 살랑 걸터앉아
오순도순 얘기하며 소복이 껴안고 있길래
만져만 볼까 하다 덥석 움켜쥐니 맨 손등이 다 얼얼하다

겨울꽃 받아먹으려 두 팔 벌려 빙빙 도는데
처마 우 도톰한 입술이 어찌나 이쁘던지
올 들어 첫 손님과 막 씽긋 웃다가 움푹 발이 빠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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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당선 소감에서
시는 혼란한 마음을 세탁기마냥 깨끗이 정화시켜주는 마법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가 봅니다.
또 세상의 미물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각도의 시선을 지니게도 하지요.-생략-
- 월간문학 2023년 2월호에 발표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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