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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꿩알 아홉개나의 이야기 2023. 9. 23. 00:01
꿩알 아홉 개
김의배
양평군 부용리 선산에
밤, 대추, 매실나무가 자란다.
나무에 소독하고 비료 주러 갔다.
쑥쑥 웃자란 씀바귀를 캔다며
아내가 풀숲을 헤치고 다닐 때
까투리 한 마리 푸드득 날아갔다.
꿩알 아홉 개
난생처음 꿩알을 주웠다며
아내는 뛸 듯이 환호했다.
바가지에 옮겨 담았다.
어미의 체온이 따스했다.
사람이 점점 다가올 때
얼마나 불안했을까.
콩닥콩닥 가슴이 얼마나 뛰었을까?
제발 오지 마라, 오지 마라.
손 뻗으면 닿을 만큼 왔을 때
비로소 날아갔을 것이다.
알을 두고 도망친 어미는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불자가 생명을 해하면 안 되지
아내보고 알을 돌려주자고 했다.
왜 진작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아내가 흔쾌히 동의했다.
제 자리에
처음처럼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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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래시학 2003년 가을호 신인 문학상 당선작 작성자 -김길순-
김의배 시인
저서: 포토에세이: 『고향의 푸른 동산』·『독도의 해돋이』·『백두산 일출』· 『두물머리 해
돋이』. 한국수필문학상· 한글문학상 대상· 세종문학상 대상 수상.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동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졸업(석사), 서울시내 잠실고등학
교 등 공립고등학교 국어교사·교감으로 퇴직, ROTC(4기) 중위 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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