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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연탄
    나의 이야기 2023. 9. 22. 00:01

     

     

     

     

     

     

    연탄


                                                                 엄재국

     


    석탄이란 말 속엔 캄캄한 고생대의 밀림이 떠오르지만
    연탄이란 말 속엔 얼굴 시커먼 노동이 번질번질 묻어 있다

    구멍을 맞추며 들이키던 석회 및 가스의 기운과
    저 혼자 절절 끓다 갈색의 장판으로 구워지던 구들장
    구멍마다 가난의 꽃들을 맹열히 피워대는
    연탄이란 말 위엔 보글보글 된장이 끓고
    혼자서 삼양라면 세봉을 뜯어 넣던 고교시절 자취방이 있고

    연탄이란 말 속엔
    늦도록 편물하다 불꽃의 향기에 눈감은 누이들이 있고
    깜박 불 꺼트린 냉골의 이불 뒤집어쓰고 벌벌 떨던 세월이 있고

    신 새벽
    이제는 불꽃 다 죽은 연탄재란 말 속엔
    푸석 푸석한 몸 쾡한 눈빛으로 골목에 나와
    누군가의 발길에 몸채여 주는 속 시원함이 있고

    연탄재란 말 속엔
    그래도 비탈진 생 넘어지지 말아라
    빙판길에 쫙 깔려주는 가루가 되는 몸이 있고



    ************************************************************************


    엄재국
    2001년 <현대시학> 으로 등단.
    시집 『 정비공장 장미꽃 』 『나비의 방』 -작성 김길순-

     

     

     

     

    구글 이미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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