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시보다 시적인 산문
    나의 이야기 2010. 11. 20. 07:30

     

     

     

     

     

    시보다 시적인 산문                                    김길순

     

     

    시와, 문학과, 예술은 표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표현되지 않고 설명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나오는 대로 그렇게 자연발생적으로 글을 써서는 문학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요. 자연발생적으로 설명하게 되면 더 이상 볼 필요가 없는 글이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징이니 은유니 하는 창작방법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종류의 시보다는 잘 써진 수필이 보다 시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김기림의 시인의「길」과  법정 스님의「침묵과 무소유의 달」이 그것입니다.

    시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설명에 그친다거나 문학의 꿈을 꾸는 지망생들은 다음의 산문을 읽고, 그 이상 표현하는 시를 쓰면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나의 소년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을 어머니의 상여(喪輿)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빛에 호져 때 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 김기림의 「길」중 앞부분-

     

      어떤 사람이 성당에 가서 한 시간이 넘도록 눈을 감고 앉아있었다. 신부가 다가와서 물었다

      "선생께서는 하늘에 계신 그분께 어떤 기도를 하셨습니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럼 그분께서는 어떤 말씀을 하시던가요?"

      "그분 역시 가만히 듣고만 계셨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날마다 기도를 드리고 있지만 영혼의 침묵 속에서 기도를 드리는 사람   은 드물다. 그저 듣기 좋은 말로 할 뿐이다. 기독교식의 말, 불교식의 말, 힌두교식의 말, 회교식의 말 등등.

      그러나 진실한 기도는 말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원초적인 침묵으로 이루어진다. 말씀이 있기 전에 침묵이 있었다.   

    - 법정 스님의「침묵과 무소유의 달」중 끝부분 -

     

      나는 말씀이 있기 전에 시가 있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란 언어의 구조조정이요 긴축정책이므로.

      헬라어 원전에 기록된 대로 우리는 하나님의 詩이므로.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