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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
마경덕어쩌다 드넓은 허공의 배경이 되었을까
공중은 그를 거부하고
그는 정물이 되었다머리위로 흘러가는 구름은 인질로 잡힌 적이 없다
입체적인 하늘은 구름과 새 떼를 날려 여백을 채우고 노을을 풀어 허공을 채색한다
지루한 허공은 여러 장의 배경이 필요하다볼모야, 볼모야
지나가던 바람이 그를 놀린다
붙박이 나무새,평생 하늘로 머리를 둔 나무의 유언이 저곳에 매달렸다
나무의 친족인 목수木手는
새를 빚어 하늘 가까운 곳으로 죽은 나무를 올려 보냈다생전의 기억으로 잠시 나무 끝이 축축하
바람이 달려와 울음을 지우고
벙어리새는 다시 정물로 돌아간다**********************
「착각의 시학」2013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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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경덕 시인 약력 ]
* 등단 :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 시집 : 『신발론』, 『글러브 중독자』, 『사물의 입』(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그녀의 외로움은 B형-新글러브 중독자』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 수상 : 제2회 북한강문학상 대상, 두레문학상, 제2회 선경상상인문학상. 제18회 모던포엠문학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 2회 수혜,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출처] 솟대 / 마경덕 카페에서 - 작성자 김길순'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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