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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과 꿈과 바다 이야기나의 이야기 2025. 3. 25. 00:01
과수원과 꿈과 바다 이야기
전봉건
이
창가에서
들어요
둘이서만
만난 오붓한 자리
빵에는 쨈을 바르지요
오 아니예요
우리가 둘이서 빵에 바르는
이 쨈은 쨈이 아니라 과수원이에요
우리는 과수원 하나씩을
빵에 얹어서 먹어요
이
불빛 아래서
들어요
둘이서만 만난 고요한 자리
잔에는 포도주를 따르지요
오 아니예요
우리가 둘이서 잔에 따르는
이 포도주는 포도주가 아니라 꿈의 즙
우리는 진한 꿈의 즙을 가득히
잔에 따라 마셔요
나는
당신 앞에 당신은
내 앞에
둘이서만 만난 둘만의 자리
사실은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오 배가 불러요
보세요
우리가 정결한 저를 들어
생선의 꼬리만 건드려도
당신과 내 안에 들어와서 출렁이는
이렇게 커다란 바다 하나를※
전봉건 시인의 시<과수원과 꿈과 바다 이야기> 입니다. 이 시에는 설명되는 일상적
언어와 표현되는 예술적 시어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 시에서 핵심이 되는 시정신은 '우리가 둘이서' 입니다. 사랑에 젖은 심상에서는
이러한 비일상적인 공간관념이 시어로 통한다고 봅니다.
둘이서 도모하는 사랑에는 되지 않을 게 없다고 하는 시정신이 결말에 가서 해명되고
정리 됩니다.
전봉건 - 출생1928년 10월 5일~1988년 6월 13일 (향년 59세) 학력 숭인중학교 경력1988.~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수상1982.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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