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통의 월요시편지_975호 -
애완동물
전윤호
시골에서는 개를 키운다
집이나 밭에 목줄로 묶고
평생 경비를 서게 한다
밤새 짖어대고
산책은 없다
고양이를 키우는 가게도 있다
쥐를 잡으니 밥도 준다
새끼를 낳으면 귀찮다 한다
가난한 나도 애완동물은 있다
슬픔이었다
돈을 주고 사지 않아도
제 발로 걸어 들어왔다
사료를 주지 않아도 내 기분을 먹고
집을 만들어주지 않아도
내 가슴에 붙어 잤다
놈이 사라진 건
내가 늙었기 때문일 것이다
슬픔이 사라지자 침묵이 찾아와
두 번째 애완동물이 되었다
침묵은 눈치가 빨라서
먼저 나대지 않는다
우리는 종일 붙어 있지만
불편하지 않다
저녁놀이 지는 창을 바라보며
우리는 불을 켜지 않는다
밤도 제법 잘 어울리는 집이다
가끔 의심도 한다
혹 내가 애완동물이 아니었을까
진짜 주인은 머리 위에서
나를 보고 웃는 건 아닐까
그러나 덕분에
나는 외롭진 않다
- 『애완용 고독』(달아실, 2024)
정은지 그림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원 추어탕 집 (119) 2025.03.29 우리나라 영화상영 출발점을 알아본다. (101) 2025.03.28 선홍빛 매화처럼 (80) 2025.03.26 과수원과 꿈과 바다 이야기 (71) 2025.03.25 나의 월인천강지곡 (74) 2025.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