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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엔 그물이 없다나의 이야기 2025. 4. 13. 00:01
<중앙 시조 신인상 >중력엔 그물이 없다
정지윤
이십 층 건물 난간, 중력엔 그물이 없다
나무들 손을 벌려 빈 곳을 받치고 선다
바람이 흉터를 슬쩍 물었다가 놓는다
한 칸씩 유리 벽을 내려올 때마다닦아낸 허공은 한 칸씩 더 깊어지고
새들은 페인트 냄새에 부리를 묻는다
콧등을 문지르는 저물녘의 그늘이단단한 모서리를 따라 올라오고
뱀처럼 미끄러지듯 벽을 빠져나간다
깊어지는 그림자들 빈 곳을 끌어당길 때올려보면 벽 위를 걷는 수직의 발자국들
전화 속 아이 목소리가 밧줄처럼 끌어당긴다
*************** 2024년 중앙시조 신인상 정지윤 작품
-발췌, 카페 시인 회의 -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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