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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소리
김길순
연일 아파트 방송에선 소음을 줄이라는 말이 나온다.
아침 일찍부터 냉장고에 몇 개 사다둔 단호박 하나를
먹어야 하는데 도마 위 칼질 소리가 아랫집에 소음이
누가 될까 조심스레 망스린 끝에
도마 위 단호박에 식칼을 얹고
방망이로 콩콩콩 내리쳤더니 반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다시 콩콩 네갈레로 갈랐다.
기쁘나 슬프나 생을 함께 하는 도마
반찬거리로 리듬을 타는 도마소리가 있었기에 아침식탁은
노랗게 찐 단호박과 찐 감자를 먹으며 다이어트에도 효험이
있겠지 했다. 설거지를 마친 후 잠시 쉬어 가는
햇살 아래 도마를 걸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