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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정정례
환하게 웃는 노인의 얼굴에
웃음얼개가 가득하다 저 거미줄이 웃음이라면
평생 공중식사를 마다하지 않았던 표정이다
얼개마다 달빛이 걸린다 저 자글자글한 거미줄 속엔
도대체 몇 마리의 거미가 살고 있었던 것일까
달빛 파장이 눈부시기만 한데
잘 직조된 공중 같은 노인의 얼굴을
흩어지지 않게 얽매고 있는
저 웃음으로 빨려드는 풍뎅이
기꺼이 범람하는 조공이다.
허공을 삼키는 웃음 저 웃음에 결려든 것들 많다
쓸개 없는 웃음 웃음이라고 타박 미소 짓는 할머니와
삼남삼녀의 다복한 웃음
항상 웃는 거미가 노인의 얼굴에 산다
주름을 따라가면 눈매가, 콧날이 입 꼬리가 다 어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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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정례
2010 유심 등단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시레기 꽃피다)등
청록문학상 수상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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