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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루에 먹을 갈면서전체보기 2011. 11. 11. 16:40
벼루에 먹을 갈면서
김길순
나무에 달이 그려진
아버지가 쓰다 남겨 놓고 가신 벼루
그 손길을 생각하면서 먹을 가네.
그래야 글이 곱게 나온다고 하신
그 말씀이 생각나서
힘을 주어 가면서 반듯하게
둥글게 둥글게 원형으로 먹을 가네.
먹은 갈면 갈수록
묵향이 더 진하게 스미네.
붓 끝에 묵을 찍어
화선지에 옮겨 글을 쓰네.
새옹지마塞翁之馬
인간사 길흉화복은 항상 바뀌어
헤아릴 수 없다는 말이 생각나네.
아버지가 쓰시다 두고 간 벼루에
먹을 갈면서
자신을 들여다보며 정감의 눈으로
한 획 한 획을 정성으로 써내려 가네.
언제나처럼 변함없으셨던
아버지의 깊은 정이
화선지에 녹아내리네.
벼루의 먹물이
가슴을 타고 쓸며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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