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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물의 연주법

물의 연주법 이윤소 물의 연주는 다양하다 낙수는 스타카토로 물방울을 끊어내다가 폭포에 이르러서는 포르티시모로 웅장해진다 퍼붓는 소나기는 크레센도로 치닫고 이를 받아내는 파도는 스트린겐도로 긴박해진다 지구의 어디서든 물이 있다면 음악은 수시로 재현된다 그렇다고 물은 이미 넘겨진 악장을 향해 다시 돌아가지는 않는다 오로지 물결의 흐름에 순응하면서 걸림돌이 있어도 에돌아갈 뿐, 그러니 흐르는 물이 잘리는 일이란 없다 언제나 하나의 음악 안에서 음표들을 흘려보내는 것이다 사람은 이 물의 음악에 매료되어 분수대를 고안했고 역류의 힘으로 치닫는 정점에 하얀 옥타브를 출력해 감탄하곤 한다 아쉽게도 이 음악은 인공적인 것이어서 전기 코드를 빼면 쉼표로 돌아가 고요해진다 자연을 비슷하게 베낄 수는 있어도 온전히 작곡할 ..

나의 이야기 00:01:05 (59)

달력의 동그라미 칸

달력의 동그라미 칸 김길순 처음 열 두 장 걸었을 때는 중요한 날들을 동그라미 쳐 놓았었지. 아슬히 멀어지신 시부모님, 친정 부모님 그이 생신, 손자 생일, 명절마다 동그라미 그렸지. 어른들의 동그라미는 사라진지 오래 되었지. 살고 죽는 일이란 쉼표와 마침표. 울고 웃는 날 눈도장을 찍으며 살아 왔었지. 아직도 온기 남은 저 칸들을 안아보고 싶은 時空이 스무날 남짓 남았네. ※ 김길순 저서 : 제1시집 제2시집 2003년 등단 공저 :어느 간이역의 겨울밤. 꽃이어서 다행이다 등 다수

나의 이야기 2022.12.07 (93)

(시) 엄마 생각 - 임진각 전망대에서

엄마 생각 - 임진각 전망대에서 김순천 강 건너 장단 평야 어디쯤이었으리 일제의 공출에 가마니 짜 대느라 주린 배 졸라가면서 새끼줄을 꼬던 곳 손가락 핏물이 봉선화로 다시 펴도 꽃물 대신 눈물 매단 물 한 사발 들이키던 내 엄마 유년 시절이 보릿고개 넘던 곳 무상한 세월의 뒤안길 따라서 독개다리 건너며 엄마 고향 그려 보니 빈들의 망초 무리만 바람결에 날리고 어스름 해넘이에 재우치는 귀갓길 마음 길게 세워둔 붉노을 그 너머로 엄마의 보름달 같은 얼굴 둥실 떠오네 -제164회 월간문학 시인작품 당선작 시조- ※ 시조 부분 당선 소감 - 김순천 혼자서 새로운 장르에 대한 시도를 하는게 쉽지 않았지만 운율을 맞춘 한 편의 작품이 완성 될 때면 뿌듯했습니다 -작성 김길순-

나의 이야기 2022.12.06 (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