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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서 온 게
김길순
통통하게 살이 찐 바닷게
톹 밥 속에서 서로 엉켜 기어 다니네.
껍데기 이빨로 깨물어 가며 까 먹어도
살점은 시원치 않아 힘든 만큼 일당이 나오지 않는 다고
게다리 먹기를 포기하는 아들의 유머러스 한 말이 떠오르고
마침 마트에 갔더니 사람들이 왁작지껄 하며
웅성거렸다.
가까이서 보니 톱밥속에 있는 게였다.
살이 통통한 암게들을 모두 보기만 하고 서 있었다.
집게를 들고 고르던 중 어느새 게다리가
나의 무명지를 꽉 깨물었다.
악 소리를 내어도 놓아주질 않았다.
피가 주루룩 흐르는 순간 손가락을 뺄 수 있었다.
요즘 해이해진 정신을 번쩍 들게 해 주는 듯 했다.
순간 점포 안에서 손에 휴지를 둘둘 말고
나오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나보다 앞서 물린것이다.
난생 처음 바닷게에게 물려본 날이다.
모두가 암컷 숫컷 구별한다고 배를 뒤집어 놓으니
게도 성질이 날만도 했다.
갯벌을 떠나온게들
모래속을 찾듯 톱밥 속을 부지른히 파헤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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