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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딸이 이사를 한다기에전체보기 2012. 10. 31. 06:00
큰 딸이 이사를 한다기에
김길순11월2일 날 이사를 하고 4일 날 엄마 아빠를 초대 한다고 전화가 왔다.이사를 했는데
엄마가 특별히 줄 선물을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그래도 딸이 엄마의 손맛을 좋아 할 것
같아 몇 포기의 김치를 담가주기로 했다.
여자들이 제일 힘들어 하는 일이 김치 담그기다. 김장이면 절인 배추에 같이 도와 줄
사람도 부르겠지만 조금이라서 간단히 생각하고 여섯 포기를 샀다. 무 다듬기 갓 다듬기
미나리 쪽파 생강 마늘 찹쌀 풀 쑤기 고춧가루 챙기고 새우젓 액젓을 챙겼다.
준비 작업을 하고나서 간 절인 배추를 씻으니 오후 7곱시가 넘었다.
그 전 같으면 저녁 밥 먹은 후 해 넣고 자련만 도저히 몸이 따라주지 않아 일단 잤다.
일어나 보니 새벽 4시였다. 돗자리를 거실에 깔고 양념을 버무렸다. 장갑 낀 손에
고춧가루가 묻어 있기에 함부로 벗을 수도 없다. 여보! 나 좀 도와줘요. 눈부스스하고
나오면서 무엇이던 말만 하라고 했다. 그이도 큰 딸을 위해서라면 못 할 것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채칼로 무를 채쳐주고 간 절인 배추를 옮겨다 달라고 했다. 한쪽 두 쪽 양념을 무쳐
나가는데 허리가 그렇게 아플 수가 없었다. 이젠 김치 담가주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야
하면서 딸의 얼굴을 떠 올렸다. 딸이 대학 다닐 때 삼남매 맏이로 엄마를 가장 많이
도운 일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피아노 학원을 수십 년간 해오면서 어디 볼일이 있어 해외로 아니면 지방으로 다녀
올 때면 꼭 큰 딸이 집안 일과 학원일을 맡아 해주었다. 암튼 제일 고생을 시킨 것 같다.
딸이 이번에 좀 더 큰 곳으로 이사를 한다니 기쁘기 그지없다.
이 수고로움 정도야 참아야지 하면서 끝을 내고나니 새벽 여섯시가 되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린 후 뒷설거지는 차근차근히 하고 딸에게 가져다 줄 가득 담긴
김치통을 보니 힘들었던 몸은 어느듯 풀리고 마음은 흐뭇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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