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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내리는 풍경
김길순
하얀 눈이 쌓이면서 내리고 노란우산 쓰고 가는 행인 나는
미용실 쇼윈도에서 바깥 풍경을 보며 머리 손질을 한다. 이런
날에는 길이 미끄러워 딱히 어디갈 수도 없고 해서 머리 손질을 한다.
텔레비전에서는 선거 얘기가 나오고 아프리카 난민들은
맨발로 흙 위에서 사는 모습이 보인다. 머리 손질하는 올드
아가씨는 내가 안지 벌써 8년이 되었는데 12월이 지나면 45세이다.
어디 하나 빠질데 없이 생긴 미모에 속이 꽉차 있어 보인다.
하지만 중매 해 줄 총각도 없으니 속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창밖에 눈발은 점점 더 펄펄 내리고 이웃 음식집에선 조기 굽는
냄새가 코를 자극 시켜주는 한나절 실내에선 은색 불빛의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인다.
눈은 펑펑 쏟아지고 미용실 아가씨는
눈물 나게 속 시리게 외로울 텐데 어디 노총각이 없나 궁리를 하다가
뽀도독 눈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온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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