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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밥을 먹는데나의 이야기 2015. 1. 14. 04:00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김길순
지난 연말부터 밥 한번 먹자던 평소 회장님이라고 부르던 그분
가끔 얻어먹은 적은 있지만 사드리진 못했었다.
어제는 운동도 빨리 끝나고 해서 전화를 했다.
나는 가격도 싸고 날씨가 추운 관계로 국물이 따끈한 짬뽕을 오랜만에 먹고 싶었지만 그쪽에선
우리동네에 있는 “무교동 낙지 집”으로 약속을 하기에 같이 운동한 친구와 그 곳으로 갔다.
매콤한 낙지가 쟁반에 담겨 나오고 이어 상추채소가 든 쟁반이 나왔다.
세 사람은 출출해서
정신없이 먹고 있는데 갑자기
이게 뭐야! 하기에 옆에 쳐다봤더니 아주 긴 머리카락을 상추대접에서 당겨 내고 있었다.
차라리 여자들 먹는 그릇에서 나왔으면 조용히 대처 할 수도 있었을텐데 하고 생각했다.
그 회장님도 매너 없는 분은 아니였는데 그냥 넘어가기 힘든 상황이었다.
모두들 수저를 놓고 멍한 상태에서 시간이 잠깐 흘렀다.
“아줌마! 이거 뭐예요?“ 하고 내가 말했다.
그냥 내려놓고 나오자니 그렇고 쿨 하게 넘어 가자니 식사가 반도 못했기에 한 말이다.
잠시 후 깔끔하게 차려 나왔지만 도무지 수저가 쟁반위에 닿질 못했다.
그래서 저녁식사는 그쯤에서 마치고 이차로 호프집에 가자기에 나는 술을 못 먹지만
그분이 맥주라도 한잔 하지 않으면 기분을 전환시킬 수 없을것 같아 친구와 동행을 했다.
연달아 생맥주 세 컵을 먹더니 그냥 빙그레 웃었다.
나는 말없이 팝콘만 빠른 속도로 먹었다.
다행히 그곳에는 잘 아는 그분의 친구들이 많이 와 있기에 우리 둘은 자리를 떠나 올 수 있었지만
기분은 영 개운치가 않았다.
평소 나는 이렇게 말을 했다. 음식을 먹을 때 갑자기 머리카락이 나오면 조용히 옆 사람에게 알리지 말고
처리해야 한다고 말은 했지만 오늘은 머리카락이 길다보니 그 분도 모르게는 당겨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어찌 이런 일이 하고 얼굴이 확끈 거리고 미안함이 앞선다.
아쉬운건 서빙하는 젊은 두 여성과 유리창 안에서 요리하는 분도 여자였는데 모두
요리할 때 머리에 쓰는 모자를 쓰지 않았었다. 수건이라도 쓰고하지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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