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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와 살구
김길순
기다렸던 여름비가 줄기차게 살구나무 이파리를 때린다.
노랗게 익은 살구가 아스팔트 길 위에 홍시가 터지듯
범벅이 된다.
우산을 쓴 나는 비교적 탱글탱글한 놈이 있나하고 살피다
몇 알을 주워서 옷깃에 닦아 모았다.
기침 천식에 좋다는 살구였다.
나는 요즘 여름감기가 들어 애를 먹고 있기 때문에
떨어진 살구에도 애착이 간다.
이 여름비에 모를 심을 수 있어
농부들은 얼마나 좋을까?
창밖에 빗줄기를 보며 시장에서 사온 살구와
아파트 뜰에서 주워온 살구를 믹서에
꿀과 함께 넣고 갈아둔다.
물이 벙벙하게 차오를 논물처럼
마음도 벙벙하게 차오른다.
-여름비 오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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