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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백석<외가집>나의 이야기 2018. 9. 28. 00:30
외가집 / 백석
내가 언제나 무서운 외가집은
초저녁이면 안팎마당이 그득하니 하이얀 나비수염을 물은 보득지근한
복쪽재비들이 씨굴씨굴 모여서는 쨩쨩 쨩쨩 쇳스럽게 울어대고
밤이면 무엇이 기와골에 무리돌을 던지고 뒤울안 배낡에 째듯하니
줄등을 헤여달고 부뚜막의 큰솥 적은솥을 모주리 뽑아놓고 재통에 간 사람의
목덜미를 그냥그냥 나려 눌러선 잿다리 아래로 처박고
그리고 새벽녘이면 고방 시렁에 채국채국 얹어둔 모랭이 목판 시루며 함지가
땅바닥에 넘너른히 널리는 집이다.
※ 배낡에(배나무에) *잿다리(재래식 측간) *채국채국(차국차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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